<느낌표를 찾아서>
정채봉의 "느낌표를 찾아서" 는 짧은 이야기를 통해 당연하지만 놓치고 왔던 것을 깨닿게 해준다.
흥미롭게 읽었던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환상의 섬"
여왕벌은 가장 일을 잘하는 일벌들만을 여름만이 있는 환상의 섬으로 파견했지만,
꿀을 목적으로한 채 섬으로 향한 일벌은 모두 죽어 나왔다.
여왕벌은 탐구열이 강한 박사벌에게 꿀이 아닌 일벌이 죽은 이유를 알아오라는 내용의 파견을 보냈다.
박사벌은 살아돌아왔고 여왕벌에게 보고한다.
"그 섬에는 겨울이 없습니다.
꽃이 내내 피고 지는 여름만이니 꿀을 따서 따로 저장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날의 먹이는 그날로 족한 셈이지요."
"그러다가 어느 때 갑자기 천재지변에 의한 겨울이 닥치면
저축해 둔 양식이 없는 관계로 굶어 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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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짧은 이야기는 곱씹어볼수록 무언가를 떠올리게 해준다.
"그날의 먹이는 그날로 족한 셈이지요." 가 겨냥하는 사람은
저축을 안하거나, 오늘만 사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초심을 잃은 사람일 수도 있다.
여왕벌은 나태한 벌이 아닌 가장 멀리 날고, 가장 꿀을 많이 따오고, 가장 성취욕이 강한 일벌들만을 골라 섬으로 파견했지만, 꿀을 목적으로한 파견에서 돌아온 일벌은 없었다.
일벌들이 파견의 목적을 매일 상기하고 적당한 양의 꿀을 채취해 벌집으로 돌아갔다면
모두 살아 돌아왔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름만이 지속되는 섬에서 꿀을 저장해야할 이유를 느끼지 못해 초심을 잃자
겨울을 대비하지 않고 그날의 꿀은 그날 충족하는 것이
합당한 초심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지만, 그 초심을 잃은 사람과 별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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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크다는 것, 그리고 작다는 것"
가깝고도 먼 옛날, 인도에 한 도사가 있었다.
크다는 것, 작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던 도사는
풀섶으로 숨어드는 생쥐에게 달려드는 솔개를 보고는 솔개를 쫒아낸 후
생쥐를 오두막으로 데려가 보살펴 주었다.
저녁이 되자 고양이가 생쥐에게 달려들길레, 도사는 요술을 부려 생쥐를 고양이로 만들어 위기를 넘기게 해주었다.
밤이 되자 들개가 고양이에게 달려들길레, 도사는 고양이를 큼직한 개로 만들어주었다.
개내음을 맡고 굶주린 호랑이가 달려들자, 도사는 개를 호랑이로 만들어주었다.
호랑이가 된 생쥐는 숲에서 거드름을 피우고 다니며 진짜 호랑이보다도 더 공포스럽게 행동했다.
그걸 본 도사는 호랑이를 불러 꾸짖으니
"너는 내가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을 하찮은 생쥐였어.
뭐가 잘났다고 그렇게 목에 잔뜩 힘을 주느냐.
정이나 못되게 굴면 가만 두지 않을테니 그리 알어."
그말을 들은 호랑이는 앉아서 투덜거렸다.
'어느 놈이고 날보고 생쥐였다고 말하기만 해 봐라.
목덜미를 콱 물어놓을 테니.
나는 지금 엄연한 숲 속의 왕인 호랑이라고.'
하지만 도사는 호랑이가 된 생쥐의 마음을 다 읽고 있었고,
은혜를 모르는 녀석이라 꾸짖으며 호랑이를 생쥐로 돌려놓았다.
한때 고양이었고, 개이기도 했으며 호랑이이기까지 했던 생쥐는 다시는 숲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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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성장하는 생쥐는 쉽게 얻은 돈, 명예와 같다고 생각한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 라는 말이 있다.
돈을 버는 감각과 명예를 쌓아올린 내공이 없다면
돈과 명예가 있어도 그 사람은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호랑이도 결국 쉽게들어온 권력에 심취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고
인간사회에서도 이런 일이 없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적어도 무언가 쉽게 굴러들어왔다면, 자신의 처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호랑이가 된 생쥐가 숲에서 명예와 힘을 기반으로 한 공포가 아닌
얌전히 사는 것을 선택했어도 도사가 호랑이를 생쥐로 돌려놓았을까.
자신을 숲의 왕이 아닌 요술로 위장한 동물이라는 처지를 생각했으면
적어도 도사에게 꾸짖음을 당하지 않아 명예를 지켰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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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극장"
그 극장에서는 "당신" 이라는 연극이 상연된다.
그는 안내원에게 주인공이 누구냐 묻자,
안내원은 당신이라고 답했다.
연습을 하고 나와야하지 않겠느냐 묻자,
안내원은 이 극에는 연습이 없다고 말한다.
몇 번 연극하느냐는 말에는,
앙코르 공연도 없이 단 한번만 한다고 한다.
안내자가 주의를 준다.
"이 극에서는 도중에 퇴장명령을 받을지도 모르니 조심하십시오."
"언제 땡하고 퇴장 명령이 내릴지 모릅니다."
"누가 그런 명령을 내립니까?"
"신이시지요."
남자는 무대 위로 올라가 숨을 쉬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는 연기를 시작했다.
이리하여 "당신"의 삶, 곧 연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ㅡ 실수하지 말라. 이건 연습이 아니다.
ㅡ 자만하지 말라. 언제 퇴장 명령이 내릴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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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극장"은 인생을 연극에 빗대어 표현한다.
"언제 땡하고 퇴장 명령이 내릴지 모른다" 는 표현은 단순하지만 인생을 잘 풀이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자신이 언제 죽는지 아는사람도 없다.
인생이라는 연극의 설명을 들은 남자는 세상에 갓난아기 라는 역할로 나가 울음을 터뜨렸다.
이 남자, 당신의 연기는 이 시점부터 시작됐다.
이 연극에서 퇴장 명령은 한순간이지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한 번 밖에 없기에
연습이라 생각하고 실수를 해서도 안되며,
언제 퇴장 명령이 떨어질 지 모르기에 자만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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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느낌표를 찾아서"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동화처럼 풀어나간다.
분명 예전에 명심했지만 까먹은 내용이 책에 나오기도 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게 해주는 내용도 나왔다.
흥미롭게 읽은 세 이야기는 나에게 한가지 교훈을 주었다.
'자만하지 말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었나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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